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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엔딩, 그리고 내가 있을 자리에 대해잡담 2014. 10. 5. 02:39
짤은 배우짤. 쿠레시마형제 사랑한다.
아래는 일주일 내내 "가이무 망했는데 왜 덕질합니까" 하는 말을 계속 들어서 슬픈 나머지 어제 새벽 트위터에서 떠들었던 트윗을 가볍게 재정렬한 것입니다. 특촬이라고 흰눈뜨는 것만도 서러운데 왜 내 팬덤 안에서마저 내 덕질에 대해 자기변호를 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이무는 무결한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의 어디가 아쉽고 어디가 미흡한지를 누군가는 탈덕으로 표현할 것이고, 누군가는 감상문으로 피력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연성을 통해 아쉬움을 채우는 것으로 표현할 것이다. 나는 맨 뒤에 치중할 것이고.
현실이 영감이 될 수 있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모든 작품은 누군가의 영감이 될 수 있고 지금 내게는 가이무가 그 영감이다. 이건 내가 그 작품의 모든 내용을 긍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현실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해서 그게 현실을 구성하는 모든 가치를 긍정한다는 증거가 되지 않듯이.
나는 확실히 만만한 독자긴 하다. 잘 짜인 작품은 본받을 수 있어서 좋고, 아쉬운 작품은 내 상상을 편히 펼칠 수 있어서 좋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단점을 보지 않는 건 아니다. 내가 창작자니까 내가 그 흠을 때워서 내 안에서 작품을 완성한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야기는 화면 속에서 침묵하며 독자에게 해석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할 차례는 나에게 넘어왔다. 그렇기에 나는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스럽지만 흠이 있는 작품에 창작자로서 가지는 책임감이기도 하고, 즐거움과 팬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작품에 대해 어떤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건 나는 원작이 말하는 모든 장면장면을 곧이곧대로 이어받는 계승자가 아니다. 원하지 않을뿐더러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내가 해석한 작품은 원작에 근접할 수 없고, 실상 누구도, 심지어 작가 본인마저도 마지막 장에서 펜을 뗀 순간부터 원작을 이야기할 수 없다. 2차창작은 원작에서 영감을 얻었고 원작과 몇몇 설정을 공유할 뿐인 별개의 창작물인 것이다.
그러니 제발 누구도 내가 이 작품의 2차창작을 하는 모습을 두고 내가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은 원작의 메아리가 아니라 원작에서 '내가' 얻은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결국 '나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원작을 비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열린 권리지만 거기에서 '내가 얻은 것'도 가치없으리라고 말하는 것은 월권이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얻었고, 그렇기에 이 작품은 나에게 소중하고,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은 내 것이고, 나는 내 것에 대해 내 글로 말할 것이다.
그때 그 글의 가치를 판단해 달라. 내가 읽었고 내가 고민했고 내가 사랑하는 것의 가치를.
한줄요약: 취향 좀 존중합시다. 한두 번이 아니니까 진짜 피곤하네... 취향에 따라 본인이 탈덕하거나 후회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을 보고 '이렇게 뻔히 보이는 단점을 아직 못 보고 남아 있을 정도로 낮은 안목을 가진 바보'로 취급하지는 맙시다.
후반부에 올라타서 실시간으로 달리는 내내, 희노애락으로 널을 뛰었지만 결론적으로 즐거웠고, 앞으로도 즐거울 겁니다.
인내하는 타카토라와 약자를 굽어살피는 카이토가 나의 덕질을 가호하기를...
+ 가이무 까는 글로 보셨다면 제대로 보신 겁니다.
++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작품을 까기 위해서가 아니라 숨 좀 쉬기 위해서입니다. 허심탄회한 까포스팅 한 번쯤 해야 바보취급 덜 받을 것 같아서...
저는 의견차를 무서워해서 저와 저 자신의 의견차도 버거워합니다. 좋아하는 것의 나쁜 점에 대해 줄글로 말하다 보면 저와 제가 싸우기 시작하니까 멀쩡히 좋아하던 것도 맘껏 좋아할 수 없게 되죠. 그래서 저와 저를 화해시키면서 연성을 통해 비평하는 게 편해요. 근데 가이무에서는 그 연성이 회지용 원고라서 지금 공개를 할 수가 없고... 그동안 나는 실컷 바보 되고 있고.... 그래서 답지 않게 제 말로 떠들어 봤습니다.
누가 보면 가이무가 무슨 반인륜적인 가치를 긍정하는 줄 알겠네
재밌습니다 생각할거리 많습니다
특히 나랑 비슷한 관점으로 작품을 대하는 분들에게 가이무는 덕질해 볼 만한 작품인 듯
ㅇ아 피곤하다
뻣뻣한 소리 했으니 정화짤 올려야징
이쁜것 힘내자 나도 힘낼게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