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살다... 덕질하면서 그래도 같은 장르 판다는 사람한테 이렇게 대놓고 취향 짓밟혔던 게 처음이라... 신나게 파다가도 또 누구한테 눈먼 욕먹는 것 아닐는가 싶어서 손이 덜컥덜컥 멈춘다. 내 취향과 내 판단이 왜 그런 멸시를 받아야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고 왜 하필 내 면전에서 그런 말을 했어야 했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내가 나라 팔아 덕질하는 것도 아니고 비도덕적이거나 반인륜적인 가치를 긍정하자는 것도 아닌데... 왜? 대체 왜...?? 같이 실드를 쳐 달라는 것도 아닌데 그저 취향이 다르고 작품을 대하는 시각이 다르다는 게 그렇게 도의적 가치판단의 대상이 되는 못봐줄 일이었을까? ㅠㅠㅠㅠ 내게 뭘 원했던 거지? 내가 작품을 볼 줄 모르는 멍청이였고 내 취향은 잘못되었었으며 이 작품은 그들의 말대로 애착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는 항복선언? 본인이 작품 비판에 쓰는 프레임이 나의 프레임보다 촘촘하고 총체적이라는 긍지?
정 내 방법론과 내 시각이 용납되지 않는다면 그냥 나를 지나쳐가면 되잖아... 대체 왜 굳이 내게... 대체 왜 나를...??가면라이더 가이무를 보고 덕질하고 있는 건 정말 한치도 후회하지 않고 즐겁고 내게 큰 영감이 된다고 몇 번이고 말할 수 있는데, 사람 때문에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다른 장르도 아니고 특촬에서ㅠㅠ
그들의 그룹이 본다는 다른 작품에 흥미가 생겼는데,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난다. 설령 본다 해도 조용한 감상에 그치고 2차창작은 하고 싶어지더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그 작품으로 동인활동을 하게 된다면 먼발치에서든 뭐든 그들과 마주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미 한 번 내 안목을 짓밟았던 그들에게 내 취향과 내 시각을 '재평가'받고 싶지 않다. 내 글을 평가하는 것이야 상관없고 - 상관없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세상에 창작물을 내놓는 이상 당연한 일이지만, 창작물에 대한 내 '취향'에 누가, 무슨 권리로 가치판단을 하고, 또 그것을 번복하는가. 나는 내 행동이 그들을 향해 내 안목에 대한 평가절상을 구걸하는 제스처로 해석될 여지조차 두고 싶지 않다. 여지조차도. 저번 포스팅부터 몇 번이나 말하지만 가치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내 글이나 나의 언행이지 내 작품취향이 아니다. 그들이 차라리 내 인격됨을 비판했다면 이렇게까지 상처받지는 않았겠지.
그래. 솔직히 오기다. 오기 때문에, 작품 자체도 그 작품의 직접적 관련자도 아닌 팬덤이라는 부수적인 요인 때문에 새로운 좋은 작품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것이 슬프지만, 이미 실컷 박살난 내 멘탈의 보전을 우선시하련다.
덕분에 내가 어떤 관점으로 작품을 보고 왜 창작을 하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할 기회가 되긴 했지만... 좀 더 온건한 논의를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우리가 만난 무대가 너무 자극적이었던 것뿐일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건에서 2차창작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내 창작관 자체에 스크래치를 느꼈다는 사실이 스스로 신기했다. 2차 특유의 즐거움 때문에 1차를 몇 년째 내려놓은 상태에서, 항상 내가 돌아갈 곳을 방치하고 있다는 묘한 결핍이나 죄책감 같은 것을 느꼈는데, 결국 나는 창작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한결 편해진 기분이다. 이게 다 양식이 되겠지.
에라이 모르겠다 꽃노래도 삼세번인데 이건 재미난 얘기도 아니니 이 얘기는 이 정도로 접을게요!절 오래 보신 분이면 제가 이런 얘기를 정말 잘 안 한다는 걸 아실 겁니다... 취존합시다... 취존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시험공부도 안하고 새벽에 뭔 넋두리냐
우리 애들 보며 정화해야지
으구구 예쁘고 슬프고 답답한 내새끼들...